“변방 요즘 이상하다. 왜 자꾸 농장 사진이랑 풀 그림이 올라오냐?”
원래 서울변방연극제를 알던 분들은 많이 의아하셨을 겁니다. 기존 홍보 콘셉트와 굉장히 동떨어진 것들이 SNS에 올라갔으니까요. 홍보 담당자가 바뀌었나 싶어 찾아보니 19회 담당자 그대로이고… 더 고개를 갸우뚱하셨겠지요.
 
올해, 저는 지난 축제보다 3개월 빨리 사무국에 합류했습니다. 그리고 축제 한 달 전부터 함께할 파트너를 구하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혼자 해내기 버거운 업무량과 스케줄로 고통을 호소했던 모습을 예술 감독님과 총괄 PD님이 기억해주신 덕으로요..
“올해는 텀블벅도 일찍 시작해보죠.”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난제에 부딪혔습니다. 일찍 후원을 시작해야 하는데 MD를 함께 구상할 그래픽 디자이너가 없었고, 무엇보다… MD를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집에 넘쳐나는 기념 에코백과 텀블러, 보틀만 봐도 머리가 아파왔거든요. 결국 이게 다 애물단지고 쓰레기가 될 텐데.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한 객석 간 거리 두기 때문에 티켓 리워드를 준비할 수도 없는 상황이 겹쳐왔습니다. 정신줄을 놓기 3분 전, 결국 저보다 오랫동안 환경보호를 실천해 온 총괄 PD님, 그리고 일상 속의 의외성을 사랑하는 예술 감독님과 기술 감독님을 믿고 큰 결심을 했습니다. 환경보호와 제로 웨이스트를 콘셉트로 내세운 텀블벅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환경 보호하면 떠오르는 물건도, 안 쓰면 결국 쓰레기.”

제로 웨이스트 키트, 제로 웨이스트 숍 (리필스테이션) 이용권… 제로 웨이스트를 앞세워도 그 물건이 필요하지 않는 사람에겐 결국 똑같은 웨이스트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 때쯤, 2021년 첫 마르쉐@ 소식이 SNS에 올라왔습니다. 그때,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먹어 없애면 되잖아?”

“민주, 정말 흥미로운 아이디어야. 공연예술축제가 농산물을 준다니, Gorgeous”

그렇게 무턱대고 서교에서 열리는 2021년 첫 마르쉐@에 갔습니다. 초면인 농부님들께 밑도 끝도 없이 영업했습니다. 감사히도 3-4개의 농장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고, 구체적인 작물과 가격까지 제안해주신 고양찬우물농장에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고양찬우물농장은 3호선 화정역 근처에 있는 도시농장입니다. 4무 원칙(무농약, 무제초제, 무화학비료, 무비닐피복)으로 농사를 짓습니다. 우리의 삶과 기후에 맞는 전통농업을 복원하고, 순환농법을 실천하는 공동체 농장입니다. 도심과 농촌의 경계에서, 농민과 일반 시민의 경계에서, 현대농업과 전통농업의 경계에서 종횡무진하는 모습이 서울변방연극제와 매우 닮아있었습니다.

사실… 아무리 농장이 좋아도 직접 농사를 지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저도 바쁜 사람이고, 농장이 있는 고양까지 가기엔 너무 용인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시판 상품을 리워드로 제공할 수 없다는 텀블벅의 반응에 “아 저희가 함께 키우는 농작물이라서요. 축제와 아주 긴밀한 관계가 있는 감자입니다.”를 외쳐버렸습니다.

그렇게 저는 격주로 농장에 갔습니다. 일 때문에 시작한 체험 농사였지만, 도심 속 농지에서 친환경 재배를 실천하며, 시민 공동체와의 공생을 고민하는 농장지기님의 철학을 엿보는 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쏟아지는 태양 아래서 폭풍 성장하는 잡초를 뜯느라 정신없었지만... 그만큼 자란 작물들을 보며 행복했습니다. 

 

마음 깊숙이 차오르는 감동과 쏟아지는 환경 관련 아이디어에, 사무실 반려 식물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 로즈-마지(로즈마리+Marginal), 템-페스티(템페+festival, 템페는 비건식단에 많이 사용되는 식재료입니다)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환경친화적인 이미지를 전면으로 내세워도 좋겠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고민과 시도가 효과적으로 전달되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가 누군가에게 자연스럽게 환경보호에 대한 영향을 받았듯 누군가는 축제 SNS를 통해 환경보호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시도를 응원해주신 예술 감독님 덕분에, 이번 축제는 많은 홍보물을 제작하지 않습니다. 관객분들이 축제를 최소한으로 기념할 도구인 티켓(재활용이 가능하도록 무 코팅으로 제작했습니다), 자원활동가를 식별하기 위한 순면 손수건을 제외하면 그 어떠한 것도 제작되지 않습니다.

 

물론 더 상세히 따진다면 축제가 실천할 수 있는 환경 보호 방법은 무수히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실천하기엔 일정과 예산 사정이 녹록지 않습니다. 모든 영역에서 최고의 선택을 할 수는 없을지라도, 주어진 예산과 시간 속에서 (그리고 저의 분야 안에서) 최대한의 정성을 들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축제에 찾아오시는 모든 관객분이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을 기억해 주시고, 훗날 작은 실천이라도 함께 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팬데믹을 정면으로 관통하는 공연예술축제지만, 팬데믹에 함몰되고 싶지 않다는 예술 감독님의 말씀처럼. 저는 우울함보다 넘치는 생명력으로 팬데믹에 맞서는 축제를 만들고자 합니다. 축제가 끝나는 그 날까지. 그리고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팬데믹이 끝나는 그 날까지. 저와 함께 환경을 생각하는 축제를, 그리고 일상을 만드는데 함께 해 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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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예술축제 사무국에서 환경 보호 외쳐보기  
홍보&아카이빙 한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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